6월 직원서로배움은 좀 특별합니다. 매달 직원들이 한 꼭지를 맡아 돌아가며 진행했던 기존 서로배움과는 달리 외부강사를 초청했기 때문입니다. 우양인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강사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남다른 이력을 가진, 6개월 된 아이의 아빠이자 예쁜 아내를 둔 남자입니다. 바쁜 일정 탓에 일찌감치 섭외를 해서 강의 승낙을 받아놓은 터라 그저 6월. 오늘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그 날입니다.

 

오늘 주제는 바로 ‘평화’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이재영(한국평화교육연구원) 원장은 우양인과의 약속대로 오늘 ‘평화’에 대해 이야기 해 주러 오셨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고 있자니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평화의 개념과는 약간 다른 개념을 말씀하시네요. 직원들이 진지한 자세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재영 원장은 미국 메노나이트 대학의 갈등전환학의 대가인 하워드 제어(Howard Zehr)에게 사사했습니다. 이재영 원장은 본인 역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으면 되로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는 평범한 한국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평화와 갈등에 대해서 접근합니다. 문제는 바로 이거. 본인 스스로 통제가 되는 상태라면 상관없지만 본의의 의지와 다르게 외부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상처가 났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본인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히 이재영 원장의 답은 간단합니다. 용서랍니다. 근데 어디 그게 쉽나요? 내 삶을 침해하고, 피해를 입힌 ‘범죄자’ 들을 쉽게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그 작은 답이 있습니다.

 

회복적 정의

어떤 범죄나 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의 처벌과 통제에만 관심을 가져서 피해자가 철저히 소외되었던 응보적 정의 반해 회복적 정의는 피해자에게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발생한 문제의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함께 치유와 회복의 방법을 모색합니다.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해자, 피해자가 함께 화해함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궁극적으로 공동체로서의 복귀를 지향합니다.

 

이재영 원장은 미국 원주민들이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했던 사례를 예로 듭니다. 그것을 치유서클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실제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힘의 포지션이 역전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놀랍게도 ‘치유’가 일어났답니다.

 

여전히 너무 이상적이라고요? 우양인들의 질문도 날카롭기만 합니다.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북한정권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남한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하는데, 당장 ‘정부’라는 가해자와 한 자리에 앉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양인들이 만난 평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은 우양인들의 마음을 살짝 흔들어 놓은 게 분명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패해자냐. 그것 자체가 낙인이다. 라는 원론적인 얘기에서부터 각자의 교회나 공동체의 이재영 원장을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함을 남겨준 이번 강의가 앞으로 우양인들의 삶에 어떤 영양분이 될지 기대가 됩니다.

 

매월 셋째 주 월요일 5시. 우양 배움터 1층에서 진행되는 우양 서로배움네트워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오시라고 해도 안 오실 거 알지만, 그래도 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