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텃밭'에 해당되는 글 5건

  1. [즐거운텃밭 스물아홉]베란다와 상자텃밭을 통해 겨울에도 텃밭농사 ok!! 4
  2. [닮고싶은청년 vol.28]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도시의 고딩농부 이야기 - 성미산학교 학생들
  3. [즐거운 텃밭 다섯] 가뭄 속의 풍년 : 열매는 달다. 1

안녕하세요 여러분! 날이 조~금 풀린 것 같던데,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2014년 새해를 맞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머, 벌써 이번 주가 설이랍니다!

 

저번 포스팅에선 겨울에도 잘 자라는 내한, 내건성 겨울 작물들을 함께 봤는데요, 오늘은 겨울에도 직접 실내에서 기를 수 있는 실내 상자텃밭, 베란다 텃밭을 여러분께 이야기 드리려 합니다.

 

 

 

사실 시작은 거창하게 겨울 상자텃밭/베란다 텃밭이라고 말했지만, 베란다 텃밭은 계절에 상관없이 여러 품종을 키울 수 있어요. 마치 비닐 온실에서 계절에 상관없이 모든 작물을 키우듯 말이죠.

 

하지만 보통 겨울에 많이들 키우시는 작물을 생각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잎채소를 추천하려고 해요.

 

잎채소야, 베란다 텃밭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아~ 하고 아시겠지만, 잎채소는 쉽고 빠르게 자랄 뿐 아니라, 열매를 먹는 목적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서 중간 중간 뜯어먹고 다시 계속 키울 수 있어서, 가정 내에서 키우기엔 계절에 상관없이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들이 쉽게 생각하실 수 있는 상추, 깻잎, 치커리는 물론이고 케일, 청경채 등도 베란다 텃밭에 겨울에 키우면 참 좋다고 해요.

 

사실, 베란다 여건이 된다면 다른 작물들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지만, 보통 베란다까지 난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작물들은 키우는데 어려움이 조금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번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던 겨울 작물들을 직접 키워보시는 것도 좋아요.

 

특히 쪽파는 자라면 밑을 잘라내고 다시 길러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잎채소처럼 오래오래 먹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답니다.

 

 

 

오늘은 겨울에도 베란다에서 혹은 상자텃밭으로 기를 수 있는 작물들을 살펴보았어요.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추운 겨울에도 조금씩 조금씩 직접 잎채소를 길러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번 설 가족들과 같이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고요! 안전한 귀성, 귀향길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

 

 

 

 

 

 

 

 

 

 

 

 

우양재단 옥상에는 ‘즐거운텃밭’이라 이름붙인 상자텃밭이 있다. 매년 농부가 바뀌면서 텃밭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었지만 2013년은 유난히 싱그럽고 활기가 넘쳤다. 우양재단 옥상텃밭을 거친 역대 농부 중 평균연령이 가장 낮았던 고딩 농부들은 옥상텃밭의 흙 만지기를 놀이터에서 흙 놀이 하듯 즐거워했다.

텃밭의 작물을 친구삼아 함께 자라던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총 12명이다. 그 중 3명의 학생이 이들을 대표해 수다같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텃밭농사를 시작한 후 매일 일기예보를 챙겨보게 되었다는 18살 공혜원(이하 혜원),

도시농업을 통해 마을에 즐거운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17살 문정범(이하 정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김장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16살 신지인(이하 지인)이 그들이다.

 

- 너희 세 명이 인터뷰에 자원했다고 들었어.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마워.

지인 우리가 일 년 동안 우양텃밭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야. 이정도 인터뷰에 응해주는 건 어렵지 않아.

 

- 그럼 간단한 소개 부탁해.

혜원 우린 성미산학교에 다니고있어. 10학년과 11학년으로 최고학년이고 나이는 조금씩 달라. 우린 올해 우양재단 옥상에 있는 ‘즐거운텃밭’을 가꾸었어.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과목의 주제가 ‘먹을거리’였기 때문이야.

 

- ‘먹을거리’에 대한 프로젝트? 조금 더 설명해 줄래?

지인 우리 학교 슬로건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린다”야. 그렇기 때문에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해. 자기스스로 자신의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것은 자립에서 중요한 부분이야.

혜원 그래서 우리학교에서는 초등학교 4~5학년부터 밥살림이라는 과목으로 농사를 접하게 돼. 7학년 때는 농장학교에서 1년간 농사를 짓고 오지. 그 후 8~9학년은 상암동에서 나대지텃밭을 가꾸고 10~11학년은 옥상텃밭을 가꾸기로 한거지. 농사에 대한 흐름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 매 학년 조금씩 다르지만 농사를 짓고 있어. 고학년이 될수록 우리가 사는 도시에 농사를 접목할 수 있는 도시농업을 경험해. 그래서 우리도 우양재단 옥상텃밭에서 농사를 지었지.

 

 

- 그렇게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농사에 대해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 거야?

정범 농사에 대한 정보는 주로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얻어. 물론 다른 도시텃밭들을 방문하기도 했지. 같은 반 친구들이 각자 얻어 온 정보를 서로 나누면서 함께 탐구하는 편이야. 따로 우리에게 농사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없어.

혜원 사실 엽집(성미산학교 10,11학년 담임교사)도 농사를 잘 몰라. 아마 이번이 처음일 거야 우리랑 비슷하지. 그래서 함께 알아보면서 농사를 배우고 있어.

 

- 다른 도시농업 단체들을 방문하는 건 재미있는 경험이었겠어. 도시농업 선배들을 만나보니 어때?

혜원 가장 놀란 것은 도시에서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어. 이전에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 그들은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무척이나 잘 살고 있어.

정범 그들도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에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감이 생겼어. 물론 우리와 운영하는 방법이 달라. 도시 안에서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농사도 짓고 화분도 분양해. 쌈 채소가 잘 자란 날에는 모여서 파티도 하지. 농사를 통해서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기는 거야. 나는 이런 운영방법이 좋다고 생각해. 나도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 이전에도 농사에 관심이 있었어?

지인 나는 원래 지리산에 살았어. 아직도 부모님은 거기에 살고 계셔. 그래서 집 앞 텃밭에서 고추도 따먹고 상추도 따먹고 하는 건 그냥 일상이었어.

혜원 나는 전혀 아니야. 농사는 시골에서 짓는 것이고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중학교 때 처음 성미산학교에 와서 농사를 접해 보면서 도시농업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어. 이후에도 베란다나 상자텃밭을 이용해서 내가 먹을 만큼의 채소는 직접 재배해서 먹고 싶은 마음이 있어.

 

 

 

-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알고 있어. 어떤 식으로 농사를 지은거야?

정범 우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퇴비를 직접 만들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어. 계란껍질비료와 오줌액비는 거의 매주 사용했고 음식물찌꺼기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어.

혜원 음식물찌꺼기는 학교식당에서 구했어. 음식물찌꺼기를 받아오면 우선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기록하고 무게를 재고 음식물찌꺼기 퇴비를 만드는 상자에 옮겨 놓지. 처음에는 왠지 찝찝하고 냄새도 나고 귀찮았어. 지금은 익숙해져서 어렵지 않아.

지인 우리가 학교 뒷마당에 나무상자를 하나 묻어놨거든 거기에 음식물찌꺼기와 흙, 낙엽을 번갈아가면서 켜켜이 쌓는 거야 그걸 3개월 정도 묵히면 음식물이 썩어서 퇴비가 되는거지.

 

 

 

 

- 퇴비를 직접 만드는 것만으로도 정성을 많이 들였겠다. 옥상텃밭농사를 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어? 또 무엇이 가장 즐거웠어?

정범 나는 잡초를 뽑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 우리 텃밭이 옥상이다 보니 한여름에는 햇살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는데 다시 생각해도 잡초 뽑던 그날은 참 끔찍했어. 물론 수확의 기쁨을 위해 그때를 다 참아내는 거지. 이번에 수확한 무와 파를 집에 조금씩 가져갔는데 엄마가 그걸로 무국을 끓여주셨거든. 내가 기른 작물로 온 가족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에 기분 최고였어.

지인 나는 매주 텃밭 가꾸기가 끝나고 청소하는 시간이 좋았어. 청소를 마친 후의 개운함이 좋거든. 심지어 수확하는 날에도 수확 후 쌓여있는 작물을 보는 것 보다 청소 후 깔끔해진 옥상텃밭을 볼 때 더 기분이 좋았어.

혜원 우리가 올해 우양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은 대부분 독거어르신께 드렸잖아. 사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한참이나 논의를 했어. 우리가 농사짓는 첫 번째 이유는 우리의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하는 건데 우리가 먼저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였지. 그런데 우리가 가져간 채소를 보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런 고민은 사라졌지. 내가 먹은 것만큼 배부른 기분이었어.

 

 

- 일 년 농사가 무사히 끝났네. 다들 고생했어. 마지막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지인 나는 이제 어떤 요리를 먹던지 채소를 더 맛있게 먹게 되었어. 특히 김치! 한국 사람에게 김치는 정말 중요한 음식이잖아. 그런데 점점 김장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어. 다들 사먹고 있잖아. 이번에 내가 농사지은 채소들로 김장을 해보면서 생각한건. 나는 한국 사람으로서 최소한 김장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거야.

혜인 지금까지는 나의 먹을거리만 중요했다는 생각이 들어. 우양텃밭을 가꾸면서 어르신들에게 농사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또 나누어 드리기고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거든. 내가 먹고 싶은 좋은 먹을거리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어. 또 그분들은 농사와 삶에 대한 지혜가 많은 분들이니까 그것을 잘 물려주고 또 잘 배우는 것이 무척이나 소중한 일 같아. 앞으로도 그런 만남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

정범 이제 농사를 시골에서만 짓는 거라는 고정관념은 없어. 도시에 사는 우리도 자연스럽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거야. 나도 학교를 졸업하면 꼭 그렇게 해보려고.

 

 

 

이들은 삭막한 도시 빌딩 옥상에 흙을 풀고 맨손으로 화분을 보듬고 조심스레 씨앗을 심었다. 씨앗들이 모두 죽었는지 걱정될 즈음 싹이 났고 더운 여름을 거쳐 잎을 무성하게 키웠다. 농부를 닮아 푸르고 싱싱한 채소들은 독거노인들의 반지하방까지 향기로운 흙냄새를 풍기며 전해졌다. 그 여세를 몰아 가을 내내 배추, 무, 파 등 김장 재료들을 길러내더니 그 귀한 재료들로 김장까지 깔끔히 해치워 버렸다. 이 김치는 깊어진 겨울 독거노인들의 밥상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씨앗이 더위와 추위를 견뎌내고 마침내 밥상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 그리고 배고픈 누군가에게 든든한 하루를 선물했다. 어리게만 보였던 이들은 어느새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일을 넉넉히 해내고 있었다.

 

 

끝내 내리지 않은 비, 그래도 희망은 자란다.

 

극심한 가뭄이다. 북한에서는 이번 가뭄으로 수천 명이 굶어 사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가뭄으로 용수를 확보하는데 긴급대책이 세워지고 있다. 시골에 있는 하천은 땅이 갈라져 잡풀조차 자라지 않은 상태가 돼 버렸고 농부들의 고된 표정이 담겨있는 사진들도 신문을 통해 볼 수 있다. 자연은 요 근래 몇 년간 봄에 를 한 방울도 내려주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모종을 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다 자랄 동안 비는 오지 않았다. 자연의 힘은 확실히 무서웠고 해가 가면 갈수록 농부들을 지치게 할만도 했다. 나에게 농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 앞에서 노심초사 걱정이 앞섰다. 밭에 물을 줄 이들이 항상 필요했고, 무더운 태양 빛에 말라간 식물들을 아침마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자연을 돕는 다는 우양의 농법은 당분간 위기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요즘 무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농사는 그만큼 더 힘들어졌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양은 자연에게, 사람에게,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황량함 속 똘똘 뭉친 초보 농사꾼들, 그리고 나눔.

 

오랜 가뭄이다. 하지만 우양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자연 대신 물을 주고 가꿔줄 수 있는 우양의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아직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양의 초보 농사꾼들은 조리개(물뿌리개)에 물을 한 가득 담고 내일이면 시들어버릴 것 같은 연약한 잎들을 살폈다. 무성히 핀 잡초를 뽑기도 했다. 이러한 그들의 분주한 손짓은 어르신들에게 싱싱한 채소를 한가득 담아 드릴 수 있었고, 자연의 소중함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

 

텃밭을 가꾼다는 것. 우양에게 그것은 자연에게, 어르신들에게 수고하고 노력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다. 즐거운 텃밭은 자연에게 생명력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고, 지역의 어르신과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나눔의 의미가 담긴 즐거운 텃밭은 아직 희망으로 푸르다.

 

풍년인가보네 그려~”

 

채소를 받으신 한 어르신은 말씀하셨다. “이런 채소들을 나한테만 갖다 주는 거요? 더 어려운 늙은이들 갖다 줘~. 난 괜찮으니께~”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이렇게 갖다 드리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다른 사람한테도 준다고? 풍년인가보네 그려~ 나한테도 이렇게 갖다 준다니 참 고마워하고 말씀하신다. 어르신 말씀대로 우양의 텃밭은 늘 풍년일지 모른다. 비록 가뭄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었고, 전년도보다 적은 열매들을 수확하곤 있지만 텃밭을 가꾸는 이들의 마음은 풍년이니까 말이다.

 

 

우양은 계속해서 자연에 희망을 걸고 텃밭을 소중히 일궈나갈 것이다. 텃밭의 열매만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도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즐거운 텃밭이길 소망한다.

 

글/사진 초보 농사꾼 이해규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