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자기 힘으로만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도 우리 아이들도 동네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살고 있어요. 이 식당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이익을 나 혼자 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밥 한 끼 대접하는 거예요. 크게 인사 받을 일도 아니죠.”

 

2013년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우양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우양재단 근처의 식당 생태나루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우양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제안으로 우양쌀가족 어르신들은 어버이날 점심 한 끼를 대접받았다. 맛깔스럽고 푸짐한 동태탕 뿐 아니라 어르신들을 편안하게 했던 한정민 사장의 미소와 식사 후 돌아가는 길에 챙겨드렸던 떡까지 우양쌀가족 어르신들 마음을 흡족하게 했던 어버이날이었다.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니 한정민 사장은 친정 부모님을 떠올렸다.

저희 친정 부모님이 멀리 시골에 사세요. 어버이날이지만 멀기도 하고 가게도 있고 해서 찾아뵙지 못하거든요. 그런 날 우리 부모님도 누군가에게 식사 한 끼 대접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그녀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어르신들의 칭찬은 끝이지 않았다. 얼마 후 우양재단은 책임감을 가지고 생태나루에 다시 방문하였다. 그리고 이날 한정민 사장은 우양 마음상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음상점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눔을 실천하는 지역상점을 말합니다.

 이러한 상점에서는 지역의 저소득 어르신에게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좋은 동네에 살고 싶어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기로 했어요.”

결혼 한 후로는 줄곧 이 동네에 살았어요. 그리고 작년에 식당을 열었죠. 이 동네에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상점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저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한정민 사장은 결혼 후 마포에 정착했다. 아이들 모두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다. 이젠 만나면 아이들의 안부도 묻고 기쁠 땐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땐 함께 슬퍼해주는 이웃이 있다.

아이들에게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나중에 멀리 떠나서 각자 삶을 살 때에도 그리워 할 수 있는 고향을 선물해 주고 싶었고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 내가 사는 동네가 좋은 곳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녹색 어머니회, 에코맘 그리고 우리 동네

이런 마음으로 처음 시작한 활동이 아이들의 등하교를 지도하는 녹색 어머니회 활동이었다.

어렸을 때 꿈이 경찰이었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제복을 보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녹색어머니회는 제복이 있어 좋았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마포구연합회회장까지 했어요. 그때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꽤 있어요.”

그 후로 이웃들과 이런 저런 모임을 많이 만들었다. 그 중에 하나가 에코맘이다.

녹색어머니회 이후에 가장 오래한 활동이 에코맘이에요. 아이들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고 싶어서 함께 교육을 들었는데 듣다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에코맘활동을 통해서 친환경에너지, 친환경제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저와 우리가족에게 필요한 비누나 화장품을 만들어서 썼어요.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 장터가 열려서 그걸 내다 팔게 되었죠. 그 수익금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마포구내에 있는 작은 장애인생활시설에 기부했어요. 이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 이후 꾸준히 비누나 화장품, 여름에는 부채를 만들었다. 지역의 작은 복지시설에 전달하기도 하고 지역의 장터가 생기면 팔아서 그 수익을 기부하기도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활동이다.

 

 

나눔상점, 크게 인사 받을 일도 아니죠.”

다들 자기 힘으로만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도 우리 아이들도 동네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살고 있어요. 이 식당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이익을 나 혼자 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밥 한 끼 대접하는 거예요. 크게 인사 받을 일도 아니죠.”

밥 한 끼라고 하지만 한번에 20인분 넘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걱정했지만 한정민 사장의 의지가 확고하니 이제는 든든한 응원군이 되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좋아해요. 다른 손님들이 올 때와 같은 일을 하는 거지만 어르신들 드시는 걸 보면 왠지 더 마음이 따뜻해지니까요. 어르신들 오시는 날이면 좋아하시는 나물반찬이라도 하나 더 올리게 되고 작은 거라도 불편한 점은 없을까 한 번 더 살펴보게 되죠.”

어르신들이 오시기 전엔 늘 마음이 분주하다. 최대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기 때문이다. 매일 먹는 밑반찬 몇 개가 전부인 어르신들의 밥상이 짐작되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드시게 되는 이 식사만이라도 제대로 차려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쌀도 다른 재료들도 좋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으면

어르신들이 한번 오시면 20명 이상의 단체 손님 상을 차려내야 한다. 오시기 전부터 돌아가실 때 까지 계속 정신이 없지만 모든 수고는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걸로 충분이 보상이 된다.

매번 오시던 분이 안 오시면 걱정부터 되요. 어르신들의 건강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다른 여러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가능한 지금 방문해 주시는 어르신들 모두 오래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느새 어르신들과 가족처럼 정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어르신들과 우리 모두에게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한 정민 사장의 바람이다.

저처럼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좋고 미용실도 좋고 작은 슈퍼도 좋고 그냥 더 다양한 업종의 분들이 이런 나눔에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아무래도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니까 봉사나 나눔에 마음이 있어도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도 나눔의 기회가 생기고 어르신들에게도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면 우리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