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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양은 지금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우양재단 뉴스레터 vol.52]
  2. [즐거운텃밭 스물일곱] 2013년 연말을 훈훈하게 장식했던 ‘즐거운 텃밭 김장캠프’
  3. [닮고싶은청년 vol.28]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도시의 고딩농부 이야기 - 성미산학교 학생들

 

 

 2014년 갑오년(甲午年)의 해가 떠올랐습니다. 올해는 푸른 말의 해라고 합니다. 우양과 함께하는 닮고 싶은 청년들, 말처럼 밝고 힘찬 한해 보내길 바래요. 특별히 우양의 닮고싶은 청년들은 2014년 분명 새해 복도 무지무지 많이 받을 거예요. 2013년의 연말을 누구 못지않게 훈훈하게 보냈으니까요. 닮고 싶은 청년들과 함께한 '즐거운 텃밭 김장캠프’ 훈훈한 소식 알려드려요.

 

즐거운 텃밭 김장캠프 첫째날 : 수확한 배추 씻고 다듬고 소금에 절이기

 지난해 겨울의 초입에 ‘성미산학교’와 ‘씨앗들’이 함께 텃밭에서 무와 배추를 수확했던 일들을 기억하시나요? 텃밭에서 수확한 유기농 무, 배추를 모아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기 위해 즐거운 텃밭 김장캠프를 준비했는데요. 김장을 담글 배추같은 경우에는 소금에 최소 9시간 이상 절여야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히 1박2일로 준비해야했답니다. 젊은 처녀총각들이 김장을 담그며 밤을 지새우는 것 나름 낭만있지 않나요? 그래서 우양의 닮고싶은 청년들은 ‘성미산학교’ 친구들과 ‘씨앗들’이 지난번에 수확한 배추와 무는 신문지로 돌돌 말아 1층 모임터에 차곡차곡 쌓아 상자에 담아 두었어요. 사실 요 근래 1층이 난방이 안되어서 썰렁했어요, 배추와 무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일부러 히터를 제가 꺼 놓았었는데요. 영문도 모르고 추운 1층 사용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뒤늦게야 사죄의 말씀을 드려요. ^^; 이렇게 애지중지 배추와 무를 보관은 했지만은 사실 배추와 무가 성할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요. 김장캠프 첫째날 모두 한자리에 모여 상자를 열어봤을 때 걱정이 조금 덜어졌답니다. 사실 쪽파는 끝 부분이 말라 다들 다듬는데 고생 좀 했지만요. 어쨌든 나름 양호한 상태로 보관이 되어 참 다행이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배추와 쪽파의 경우 뿌리부분이 밑으로 가도록 보관해야 수분이 덜 증발된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지만요. 역시나 갈무리하고 보관하는데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어요.

 

 

 비록 조금은 말라버린 쪽파들이었지만 ‘성미산학교’ 친구들과 ‘ 씨앗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며 다듬다보니 곧 정리가 되었어요. 한쪽에서는 배추를 씻어 깨끗이 다듬었는데요. 유기농 배추여서 그런지 배추가 얼굴보다 작았어요. 작긴 하지만 속은 꽉차있어서 그래도 나름 실속있는 텃밭 배추였답니다. 작아서 다듬기도 손쉬웠어요:) 그렇게 깨끗이 다듬어진 배추를 천일염에 절이기 위해 다들 핸드폰으로 배추절이는 법을 검색했어요. 아마추어 느낌이 살짝 났지만 진지한 모습들 속에서 엄마포스(force)가 느껴졌어요.  그렇게 다들 엄마포스로 배추를 절이고 한자리에 모여 야식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했어요. 사실은 배추가 골고루 절여지게 하기 위해 새벽에 배추를 뒤집어 줘야했지만 일단 야식과 함께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켰어요. 필자는 배추를 과연 뒤집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우리의 훈훈한 청년들은 배추를 잊지 않았어요. 김장캠프 첫째날부터 모두들 잠도 안자고 배추가 골고루 절여지도록 배추도 뒤집어주느라 새벽까지 고생 참 많았는데요. 우리 청년들 조금 초췌해보여도(?) 참 멋져보였어요.

 

하기

 다음날 절여진 배추를 양념에 버무리기 위해 우양과 오래도록 좋은 인연을 맺고 있는 열림교회에 방문했어요. 이날은 특별히 ‘씨앗들’과 ‘우양 장학생’이 열림교회에 모여 함께 김장을 담그기로 했답니다. 위생모자부터 고무장갑까지 단단히 준비를 마친 청년들은 절임배추에 양념을 손수 버무렸는데요. 처음해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변의 친구들에게 물어가며 열심히 김장을 담구었어요. 우양의 닮고 싶은 청년들은 마지막 정갈하게 김치를 포장하는 것까지 누구 못지 않는 김장실력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는데요. 우양 청년들, 나중에 시집장가면 무척이나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이번 김장에는 다른 김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텃밭 무도 함께 양념에 버무려 담아내었는데요. 텃밭에서 나온 무는 유기농에도 불구하고 튼실하게 자라주어서 시원하고 아삭한 김장을 만들 수 있었어요. 김장이 붉은 빛깔을 띄며 입맛 돋우는 향기가 교회 안 곳곳에서 풍길 즈음에 점심시간이 다가왔는데요. 이날은 특별히 수연 과장님과 미숙 주임님이 맛있는 보쌈과 오뎅국을 준비해주셨어요. 겉절이와 궁합이 잘맞는 부드러운 보쌈과 텃밭에서 나온 무와 함께 시원하게 끊여낸 오뎅국의 조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정성들여 담근 김장은 인근 지역  한부모가정, 조손가정과 함께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달이 되었는데요. 추운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손으로 직접 찾아가 김장을 전해드렸어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김장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여름부터 땀 흘리며 상자텃밭과 노지에 씨앗을 뿌렸던 ‘성미산학교’와 ‘씨앗들’ 한해 농사도 잘 지었고 고생도 참 많이 했어요. 그리고 토요일 아침 황금같은 휴일에 바쁜 일 제쳐두고 함께 참여해주었던 ‘우양 장학생들’에게도 감사의 말씀 뒤늦게야 드려요. 이렇게 한 곳에 모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힘썼던 2013년 연말의 소중한 마음들이 각 가정들에게 전해졌길 소망해보아요. 우리 우양 청년들! 2014년에는 나누었던 따뜻한 마음만큼 더 많이 행복해지시길 바래요. 올 한해에도 같이 해 주실 거죠? 그러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새로이 다가올 2014년에는 지구가 덜 아파서 농사도 잘되고 풍성한 수확을 거둬낼 수 있는 한해가되길 기도해요. 따뜻한 봄이 와서 씨앗을 뿌릴때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또 만나요~^^!

 

 

 

 

 

 

우양재단 옥상에는 ‘즐거운텃밭’이라 이름붙인 상자텃밭이 있다. 매년 농부가 바뀌면서 텃밭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었지만 2013년은 유난히 싱그럽고 활기가 넘쳤다. 우양재단 옥상텃밭을 거친 역대 농부 중 평균연령이 가장 낮았던 고딩 농부들은 옥상텃밭의 흙 만지기를 놀이터에서 흙 놀이 하듯 즐거워했다.

텃밭의 작물을 친구삼아 함께 자라던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총 12명이다. 그 중 3명의 학생이 이들을 대표해 수다같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텃밭농사를 시작한 후 매일 일기예보를 챙겨보게 되었다는 18살 공혜원(이하 혜원),

도시농업을 통해 마을에 즐거운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17살 문정범(이하 정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김장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16살 신지인(이하 지인)이 그들이다.

 

- 너희 세 명이 인터뷰에 자원했다고 들었어.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마워.

지인 우리가 일 년 동안 우양텃밭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야. 이정도 인터뷰에 응해주는 건 어렵지 않아.

 

- 그럼 간단한 소개 부탁해.

혜원 우린 성미산학교에 다니고있어. 10학년과 11학년으로 최고학년이고 나이는 조금씩 달라. 우린 올해 우양재단 옥상에 있는 ‘즐거운텃밭’을 가꾸었어.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과목의 주제가 ‘먹을거리’였기 때문이야.

 

- ‘먹을거리’에 대한 프로젝트? 조금 더 설명해 줄래?

지인 우리 학교 슬로건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린다”야. 그렇기 때문에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해. 자기스스로 자신의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것은 자립에서 중요한 부분이야.

혜원 그래서 우리학교에서는 초등학교 4~5학년부터 밥살림이라는 과목으로 농사를 접하게 돼. 7학년 때는 농장학교에서 1년간 농사를 짓고 오지. 그 후 8~9학년은 상암동에서 나대지텃밭을 가꾸고 10~11학년은 옥상텃밭을 가꾸기로 한거지. 농사에 대한 흐름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 매 학년 조금씩 다르지만 농사를 짓고 있어. 고학년이 될수록 우리가 사는 도시에 농사를 접목할 수 있는 도시농업을 경험해. 그래서 우리도 우양재단 옥상텃밭에서 농사를 지었지.

 

 

- 그렇게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농사에 대해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 거야?

정범 농사에 대한 정보는 주로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얻어. 물론 다른 도시텃밭들을 방문하기도 했지. 같은 반 친구들이 각자 얻어 온 정보를 서로 나누면서 함께 탐구하는 편이야. 따로 우리에게 농사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없어.

혜원 사실 엽집(성미산학교 10,11학년 담임교사)도 농사를 잘 몰라. 아마 이번이 처음일 거야 우리랑 비슷하지. 그래서 함께 알아보면서 농사를 배우고 있어.

 

- 다른 도시농업 단체들을 방문하는 건 재미있는 경험이었겠어. 도시농업 선배들을 만나보니 어때?

혜원 가장 놀란 것은 도시에서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어. 이전에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 그들은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무척이나 잘 살고 있어.

정범 그들도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에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감이 생겼어. 물론 우리와 운영하는 방법이 달라. 도시 안에서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농사도 짓고 화분도 분양해. 쌈 채소가 잘 자란 날에는 모여서 파티도 하지. 농사를 통해서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기는 거야. 나는 이런 운영방법이 좋다고 생각해. 나도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 이전에도 농사에 관심이 있었어?

지인 나는 원래 지리산에 살았어. 아직도 부모님은 거기에 살고 계셔. 그래서 집 앞 텃밭에서 고추도 따먹고 상추도 따먹고 하는 건 그냥 일상이었어.

혜원 나는 전혀 아니야. 농사는 시골에서 짓는 것이고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중학교 때 처음 성미산학교에 와서 농사를 접해 보면서 도시농업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어. 이후에도 베란다나 상자텃밭을 이용해서 내가 먹을 만큼의 채소는 직접 재배해서 먹고 싶은 마음이 있어.

 

 

 

-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알고 있어. 어떤 식으로 농사를 지은거야?

정범 우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퇴비를 직접 만들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어. 계란껍질비료와 오줌액비는 거의 매주 사용했고 음식물찌꺼기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어.

혜원 음식물찌꺼기는 학교식당에서 구했어. 음식물찌꺼기를 받아오면 우선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기록하고 무게를 재고 음식물찌꺼기 퇴비를 만드는 상자에 옮겨 놓지. 처음에는 왠지 찝찝하고 냄새도 나고 귀찮았어. 지금은 익숙해져서 어렵지 않아.

지인 우리가 학교 뒷마당에 나무상자를 하나 묻어놨거든 거기에 음식물찌꺼기와 흙, 낙엽을 번갈아가면서 켜켜이 쌓는 거야 그걸 3개월 정도 묵히면 음식물이 썩어서 퇴비가 되는거지.

 

 

 

 

- 퇴비를 직접 만드는 것만으로도 정성을 많이 들였겠다. 옥상텃밭농사를 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어? 또 무엇이 가장 즐거웠어?

정범 나는 잡초를 뽑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 우리 텃밭이 옥상이다 보니 한여름에는 햇살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는데 다시 생각해도 잡초 뽑던 그날은 참 끔찍했어. 물론 수확의 기쁨을 위해 그때를 다 참아내는 거지. 이번에 수확한 무와 파를 집에 조금씩 가져갔는데 엄마가 그걸로 무국을 끓여주셨거든. 내가 기른 작물로 온 가족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에 기분 최고였어.

지인 나는 매주 텃밭 가꾸기가 끝나고 청소하는 시간이 좋았어. 청소를 마친 후의 개운함이 좋거든. 심지어 수확하는 날에도 수확 후 쌓여있는 작물을 보는 것 보다 청소 후 깔끔해진 옥상텃밭을 볼 때 더 기분이 좋았어.

혜원 우리가 올해 우양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은 대부분 독거어르신께 드렸잖아. 사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한참이나 논의를 했어. 우리가 농사짓는 첫 번째 이유는 우리의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하는 건데 우리가 먼저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였지. 그런데 우리가 가져간 채소를 보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런 고민은 사라졌지. 내가 먹은 것만큼 배부른 기분이었어.

 

 

- 일 년 농사가 무사히 끝났네. 다들 고생했어. 마지막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지인 나는 이제 어떤 요리를 먹던지 채소를 더 맛있게 먹게 되었어. 특히 김치! 한국 사람에게 김치는 정말 중요한 음식이잖아. 그런데 점점 김장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어. 다들 사먹고 있잖아. 이번에 내가 농사지은 채소들로 김장을 해보면서 생각한건. 나는 한국 사람으로서 최소한 김장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거야.

혜인 지금까지는 나의 먹을거리만 중요했다는 생각이 들어. 우양텃밭을 가꾸면서 어르신들에게 농사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또 나누어 드리기고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거든. 내가 먹고 싶은 좋은 먹을거리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어. 또 그분들은 농사와 삶에 대한 지혜가 많은 분들이니까 그것을 잘 물려주고 또 잘 배우는 것이 무척이나 소중한 일 같아. 앞으로도 그런 만남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

정범 이제 농사를 시골에서만 짓는 거라는 고정관념은 없어. 도시에 사는 우리도 자연스럽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거야. 나도 학교를 졸업하면 꼭 그렇게 해보려고.

 

 

 

이들은 삭막한 도시 빌딩 옥상에 흙을 풀고 맨손으로 화분을 보듬고 조심스레 씨앗을 심었다. 씨앗들이 모두 죽었는지 걱정될 즈음 싹이 났고 더운 여름을 거쳐 잎을 무성하게 키웠다. 농부를 닮아 푸르고 싱싱한 채소들은 독거노인들의 반지하방까지 향기로운 흙냄새를 풍기며 전해졌다. 그 여세를 몰아 가을 내내 배추, 무, 파 등 김장 재료들을 길러내더니 그 귀한 재료들로 김장까지 깔끔히 해치워 버렸다. 이 김치는 깊어진 겨울 독거노인들의 밥상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씨앗이 더위와 추위를 견뎌내고 마침내 밥상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 그리고 배고픈 누군가에게 든든한 하루를 선물했다. 어리게만 보였던 이들은 어느새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일을 넉넉히 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