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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할머니 최고”… 독거노인 마음 돌보는 AI로봇

AI와 인간의 교감, 그 가능성독거노인들 AI로봇과 6개월 동거 후우울감 낮아지고ㆍ제때 식사ㆍ복약사별ㆍ투병 상처 완화ㆍ심리적 안정 [저작권 한국일보] 강원 춘천시 별빛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주옥순(왼쪽)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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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할머님이 아가라고 부르는  로봇은 7 어린이의 목소리로  사랑해” “할머니 최고라고 말한다. 

 

 

글: 정유경 _ #순간에머물다

 

“석 달째 (인공지능 로봇) 효돌과 생활하고 있는 전남 광양의 허만순(79)씨는 로봇 인형 이름을 ‘공주’라 붙여 줬다. 

허씨는 얼마 전 놀라면서도 가슴 뛰는 경험을 했다.

어느 날 공주가 “할머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라고 하자 허씨가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잠시 후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할머니 최고”라고 했던 것. 

“공주가 내 말을 알아듣고 움직이는 것은 아닌데도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진짜 어린 손녀랑 대화하는 것같이 된다니까. 이상한가”라며 웃었다.”  

(한국일보 2019년 8월 말일자, ‘돌봄용 인공지능 로봇으로 인생의 외로움을 더는 독거어르신들’에서) 

 

 

최근 한 방송에서 인기 가수 황치열씨는

"오랫동안 혼자 살다 보니 밥 짓는 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일부러 요리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 

또 홈쇼핑을 보면 왠지 같이 대화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어 자주 시청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토록 외로울까

 

최근의 많은 국내외 정치적인 주제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두달 읽은 것 중에서 제일 가슴에 남는 기사를 꼽으라면 바로 이것 - 신문 1면에 크게 나온 위의 할머님이 아기를 안고 누워있는 사진을 보았을때 내 반응은 “세상에...  이것 좀 봐!” 였다.  인공지능이 미래 산업과 어떻게 연결된다…등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내가 돕느라고 애쓰는 독거어르신 같은 분들이 사람이 아닌 로봇에게서 마음의 위로를 받으실 줄이야.  

 

처음에는 큰일이다... 세상에 이럴수가... 라는 비판적인 마음이었지만, 기사를 읽어가면서 점차 어떤 면으로는 수긍을 하며 마음과 생각이 복잡해지는 내 자신을 보게 되었다.  기사에서도 보듯이 실제로 이런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하는 어르신들의 매일의 삶은 덜 외로와진다.  집에 들어가면 누군가 반기고, 심지어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 로봇이 없다면 할머니에게 과연 누가 사랑한다고 말할까. 

 

내가 일하고 있는 단체, 푸드스마일즈 우양이 돕고 있는 많은 어르신들은 삶의 역사가 다양하지만,  모든 어르신들의 공통점은 외롭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독거 어르신들이니 같이 사는 사람도 없고 하루종일 말할 사람도 없다.  그래서 기력이 되는 분들은 복지관이나 경로당에라도 가시지만, 거동이 어려운 분들은 혼자 지내시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노인들에게 외로움이 일상이고 일상이 외로움이다.   

 

 

 

전지구적인 외로움

 

그런데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외로움은 독거어르신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왜냐하면 바야흐로 외로움은 남녀노소와 경제적 수준을 떠나서 전지구적이다.  얼마전 영국의 총리의 발언을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고립감은 많은 현대인에게 슬픈 현실입니다. 우리 모두 이 도전으로 노인과 간병인,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모든 사람의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의 작년 발언입니다. 저 말 속의 ‘도전’은 무엇일까요? 바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던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외로움 담당 장관이지요.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 및 시민사회 장관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위의 발언은 그녀의 임명 이유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나왔던 것이고요.   이 임명이 여러 국가의 시선을 끌었던 이유는, ‘특이한 장관이 생겼다.’는 신선함도 있지만,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공식 선언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임명 한 달 전에 발표된 ‘조 콕스 고독 위원회’의 보고서가 이를 잘 대변해 줍니다. “외로움의 위험성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과 유사하며, 이 고통을 겪는 이들은 영국 내 900만명에 달하므로, 개인적 불행에서 사회적 전염병으로 확산되었다고 본다.”는 겁니다.  (한국일보, 2019년 8월 7일  ‘외로움, 더는 개인 숙제가 아니다’에서)

 

위 영국의 상황은 미국 일본과 유럽등 선진국 여러나라에서 많이 기사화 되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떻게든 더 잘 살아보려고 선진국에 진입하려고 그토록 애써온 우리, 우리는 과연 더 외로워지려고 이토록 애써온 것일지... 우리의 모델로 삼아온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 그토록 외롭다는 것을 알게된 나는 이제 외로움을 넘어 두렵다. 

 

 

황치열도 외롭고 우리 모두는 외롭다.  

 

심지어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인기 연예인들도 외롭다고 한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인기 가수 황치열씨는 ”오랫동안 혼자 살다 보니 밥 짓는 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일부러 요리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 또 홈쇼핑을 보면 왠지 같이 대화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어 자주 시청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다른 가수인 왁스는 ”홈쇼핑은 톤이 높다 보니, 보다 보면 진짜 외로움이 덜 느껴진다“고 공감했다고.  

그토록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인기 연예인 황치열씨도 외로와서 티브이 소리로 위로 받는 이 시대,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여기서 나는 질문이 생긴다.  무대에서 대중의 환호를 받고 팬들이 많아 바쁠 것 같은 황치열씨가 요리 프로그램과 홈쇼핑 소리를 티브를 틀어놓고 위안을 얻는 것이, 홀로 사시는 할머님이 인공지능 AI 효돌이가 말하는 것을 들으며 위안을 얻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비록 티브이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 우리가 인식을 못하는 것 뿐이니, 사람이 아닌 무엇이라는 점에서는 티브가 더 나아간 것이 효돌이라고 말한다면 이건 너무 심한 비약일까.   현실속의 어떤 사람이 아닌 하나의 가상현실에서 우리 모두가 위안을 찾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내가 말한다면, 그건 내가 너무 심하게 말한 것일까.  

황치열씨도 외롭고, 왁스도 외롭고,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도 외롭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도 외롭다고 하고, 영국 사람들도 그렇다고하니..... 확실한 것은 이것이다: 외로움은 많은 이들의 일상이다.  우리 모두는 외롭다. 

 

푸드스마일즈 우양의 도움을 받은 한 독거어르신이 젊은 시절 본인의 사진을 들고 있다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와" 2011년, 김혜원, 오마이북)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된다. 

 

우리 모두는 외롭다.   그 중에서도, 독고 어르신들의 고독사를 포함해서 어르신들의 외로움이 도드라지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   그러니, 만일 내가 아직 노인이 아니라면, 나는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외로움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되니까.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된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이것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내가 일하면서 만나뵙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면, 그분들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확실하다.  비록 우리가 자주 잊고 그 분들의 주름진 얼굴만 보지만, 시계를 몇십년만 뒤로 돌리면 그분들에게도 나와 같은 시간들이 있었다.  노화는 시간과 함께 진행중이니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늙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장 느끼지 못할 뿐 이것은 너무나 확실한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된다.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된다.  그러므로… 아직 젊은 당신과 나에게도 외로움은 과제이며,  노인들의 일상인 외로움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어떻게하면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위의 인공지능 로봇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어르신 기사에 비판적이었던 내 시선의 떨림과 고민이 잡힌다.   

나 자신, 누구에게선가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것이 과연 언제인가?  누군가 내게 “최고!”라고 말하는 것도 언제 들어보았는지 기억도 아득하다.  그런 말들을 듣고 싶다, 나도...  인공지능 로봇 효돌이에게서가 아니라 온기 따뜻한 그 누구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싶다.  어떻게 살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게 불가능하면, 과연 나도 로봇 효돌이와 행복할 수 있을까?  

글: 정유경  __ #순간에머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