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마일즈우양'에 해당되는 글 15건

  1. [평화강의]"한국에서 탈북청년으로 산다는건?"
  2. [푸드스마일즈 봉사단 첫 번째 농활이야기]여름이다! 농활가자!
  3.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우양쌀가족 부천식물원 봄나들이

[평화강의]

 

"한국에서 탈북청년으로 산다는건?"

 

 

유네스코 지속가능교육으로 인증을 받은 후 우양평화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곳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 대상도 다양해지고요. 이번 강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세계시민교육팀 직원들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북한이탈주민을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장진혁 강사가 준비한 강의 제목은 대한민국사회에서 탈북청년으로 산다는 것은?”이 었습니다. 어린시절 탈북하여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교를 학교를 다니고 탈북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장진혁강사는 베테랑 평화강사입니다. 이미 수많은 초중고학교와 다양한 기관에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강의는 유독 긴장이 됩니다.

 

 

오늘은 저의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해요.”

 

장진혁강사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사진을 화면이 띄우며 강의를 시작합니다. 그 동안의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했지만 이번에는 대한민국에서 탈북청년으로 살아온 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을 말하자면 가족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날 한시에 탈북 네 식구가 각자의 나이와 성장배경, 성향에 따라 이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탈북 과정에서 머물렀던 중국에서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중국, 태국 등 다양한 제 3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신분이 증명되지 않지 않고 언어도 서툰 타국에서 삶은 불안의 연속입니다. 불합리하거나 나쁜 일을 당해도 도움을 구할 곳이 없으니 몸을 사리며 지내는 것이 그들의 최선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를 잘하는 장진혁 강사도 학창시절에는 소심한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아직 북한사투리가 남아있던 어린 시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의 교과 과정에 맞춰 공부하는 것이나 넉넉지 않은 경제여건은 물론 그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것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주위에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장진혁 강사에게 필요한 것은 소속감과 친밀감이었으니까요.

 

이젠 시간이 많이 지나 장진혁 강사도 웃으며 그 시절이 이야기를 합니다. 담담히 풀어내는 그의 학창시절이야기에 강의를 듣는 이들도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1시간 남짓한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시간만 30분이 더 흘렀습니다. 긴 시간의 강의에도 듣는 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진심의 힘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세계시민교육팀 직원들이 탈북자를 처음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한 개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삶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분명 특별한 일입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알게 모르게 생겼던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그리고 지속적으로 사라지길 바랍니다. 그 일을 위해 우양평화강사들은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푸드스마일즈 봉사단 첫 번째 농활이야기]

 

여름이다! 농활가자!

 

 

농촌봉사활동을 위해 밀짚모자와 간식을 챙기며 여름이 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함께 농활을 떠날 장학생 봉사단은 총 12명입니다. 어색함과 설렘이 적절히 버무려져있는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이름을 묻습니다.

23일의 일정을 마친 후 이들의 진짜 모습이 기대됩니다.

 

 

반가워~ 완대리!

 

오전 내내 달려 도착한 곳은 경상도 거창입니다. 수년째 푸드스마일즈 농활팀의 인기 농활지인 거창 완대리교회에 도착한 것입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고 나무와 황토로 지어진 교회건물이 숙소입니다. 교회 마당의 나무의자는 23일내내 봉사단 친구들의 좋은 전망대였습니다.

완대리교회 마당에서 대리석불판에 구워먹는 고기가 맛있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곳으로 농활을 온 봉사단원들은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대리석 불판의 안부부터 확인합니다.

 

 

모종심기 딱 좋은날

 

농활 첫날부터 비 예보가 있어 농활당담자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결국은 봉사단원들의 수에 맞게 우비를 챙기고서야 거창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처럼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습니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문득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봉사단은 처음으로 밭을 만났습니다. 이 밭에는 들깨 모종을 심을 예정입니다. 농활팀이 오는 시기에 맞추어 모종을 심기위해 바로 전날 트랙터로 밭을 갈아 놓았습니다. 효과적으로 모종을 심기위해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모종을 나란히 심기위해 밭의 끝과 끝에서 줄을 나누어 잡았습니다. 그리고 몇몇의 청년들이 그 줄을 따라 뿌리에 물을 적신 모종을 흙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내려놓습니다. 그러면 다른 청년들은 그 모종을 심는 거죠. 대부분의 농사가 그렇듯 이제는 이 일의 반복입니다. 청년들의 손과 발이 빨라지고 굽어진 허리가 굳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다들 말 수가 줄어가고 작업반장을 자처했던 희수청년의 구령소리만이 밭에 울릴 때 드디어 작업은 끝나 갑니다. 일꾼이 여럿이니 금방 끝날 것이라고 했던 들깨모종심기는 한나절을 다 쓰고서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일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는 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오늘 심었던 들깨모종이 깊이 뿌리 내리길 기도했습니다.

밭일을 마치고 와서 먹는 저녁밥맛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게다가 메뉴는 언제나 실망이 없는 제육볶음과 된장찌개입니다. 한 그릇 뚝딱 밥을 해치우고도 쉽사리 수저를 놓지 못합니다. 식사 후 빗소리를 들으며 목사님부부의 농촌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박은 달고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 몸이 노곤한데도 불구하고 참 놓기 싫은 밤이었습니다.

 

 

잡초뽑기와 장작패기, 농활의 기본입니다

 

 

농촌의 아침은 일찍 시작합니다. 해가 중천에 올 때까지 암막커튼을 내리고 자는 도시의 집과는 달리 아침 해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마당이 있으니까요.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 마당을 산책하는 청년들이 보입니다. 팍팍한 도시 일상에서 꿈꾸던 삶은 어쩌면 이런 거겠죠.

오늘의 일정은 단순합니다. 잡초 뽑기와 장작패기. 제초제를 쓰지 않는 유기농 밭에 잡초는 무궁무진합니다. 종일 뽑아도 정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장작으로 바닥을 덥히는 이 황토건물을 위해 나무가 잘 마르는 이 계절에 충분히 장작을 비축해 두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잡초를 뽑기 위해 고구마 밭으로 나갑니다. 한눈에 봐도 잘 자라고 있는 고구마 줄기가 보입니다. 하지만 흙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촘촘히 자란 잡초가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손에 호미를 들고 자리를 잡습니다. 뿌리까지 확실히 뽑고 그 잡초가 다시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뿌리를 뒤집어 잘 마르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후의 설명은 더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더위와의 싸움 그리고 무한반복입니다. 몸빼 바지와 밀집 모자를 쓴 청년들은 벌써부터 밭에 주저앉아 호미질을 합니다. 그리고 옆 고랑에 있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물론 손과 눈은 잡초와 씨름하고 있지요. 끝없이 나오는 잡초만큼 이야기도 끝이 없습니다. 학교, 가정, , 연애, 취업 이야기까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 질쯤 다행히 잡초제거도 끝이 났습니다. 깨끗한 고구마 밭은 이번 농활에서 가장 뿌듯한 일로 봉사단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남자 청년들은 장작을 패는 일도 맡았습니다. 장작패기는 기술이라고 수차례 설명을 들었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가 뻣뻣합니다. 한참이나 온 힘을 다해 장작을 내려치고나니 절로 힘이 빠집니다. 어느새 팔이 후들거립니다. 신기한건 이제야 작장이 쫙쫙 단번에 갈라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도 이처럼 몸에 힘을 빼는 훈련이 필요한가봅니다.

 

 

23일 내내 우리의 일과에는 늘 적당한 구름이 함께 했습니다. 덕분에 농활팀이 일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날들이었습니다. 농활팀 청년들은 꾀부리는 사람 하나 없이 다들 정직하고 성실하게 땀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고되었을 것이 분명한 시간동안 많이도 웃으며 서로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고생이 많았다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목사님께도 내년에 또 뵙자고 용기있는 소리를 합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청년들이 신명나고 밝은 기운이 충분히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또한 시골 마을의 맑은 공기와 건강함이 청년들에게도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응원이 되었으리라 감히 짐작해봅니다.

 

 

 

 

전날 밤부터 봄비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당일 아침까지도 비가 그치지 않아 실무자 뿐 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도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점심이 지나면 비가 그친다는 일기예보를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비도 한가득 실었습니다.

비가와도 나들이가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비 때문에 나들이가 취소된 것은 아닌지 새벽부터 여러 통의 전화가 오고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신 어르신들도 여럿이었습니다.

 

 

45인승 대형버스 두 대, 승합자 두 대, 승용차 한 대에 우양쌀가족식구들이 꽉 찼습니다. 경기도 부천까지 한 시간 남짓 달렸습니다. 꽃구경보다 든든한 식사가 먼저입니다. 이날도 첫 코스는 부천식물원 근처에 식당입니다. 어르신들이 식당에 들어서자 준비된 요리가 각 테이블마다 전달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아들딸같은 자원봉사자들과 배부르게 식사하는 시간, 이보다 더 좋을 수 가 있을까요? 푹 삶아진 오리고기를 잘 발라 어르신 접시에 놓아드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매달 쌀과 먹거리패키지를 챙겨 어르신 댁을 방문하지만 이렇게 함께 식사하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에게도 특별한 기회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모두가 흥겹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이젠 본격적인 나들이를 위해 부천 식물원으로 향합니다. 평소 다리가 아프셔서 움직이기 불편해 하셨던 어르신들도 이날만큼은 씩씩합니다. 지천에 깔린 알록달록한 꽃을 구경하며 한껏 숨을 들여 마십니다. 꽃향기가 코끝에 맺혀있습니다. 식물원을 천천히 걸으며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도 찍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화사한 미소가 절로 생겨납니다. 이날 찍은 사진을 꼭 인화해 달라며 어르신들은 몇 번이나 당부를 합니다. 식물원에는 봄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푸드스마일즈 어르신 또래 분들이 단체로 오시기도 했고 노란 원복을 입은 유치원생들도 많았습니다.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은 물론이고요. 다리가 아플 땐 의자에 앉아 쉬면서 사람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종종종 줄을 맞추어 걷는 유치원생들에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내는 어르신들은 영락없이 인자한 할머니입니다. 혼자 집에 계실 때 보여주시는 표정과는 딴판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번 봄나들이는 봄날처럼 화사했고 또 금세 지나가 버렸습니다. 어르신들을 가가호호 모셔다드리고 고되었을 오늘하루를 생각하며 푹 쉬시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홀로 있는 집에 들어가면 평소보다 더 적적함을 느끼실까 마음이 쓰입니다.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며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달 쌀나누기하는 날에 다시 만나요

오늘 나들이는 끝났지만 우리의 삶은 계속 됩니다. 그 삶속에는 외롭지만 힘을 내셔야하는 어르신의 생활과 또 그것을 응원하는 푸드스마일즈가 있습니다.

좋은먹거리로 미소를 전합니다. 푸드스마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