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에 해당되는 글 2건

  1. [밀착시선 #9] 꿈을 띄웁니다
  2. [도시청년농촌방문기 1탄]여름이다! 농촌봉사활동 가자!! - 합천 초계중앙교회

 

 

 

 

 

 

 

 

 


맑은 농촌 밤하늘에 손수 만든 풍등을 띄우며
우리 소망이 저 불빛만 같아라 빌어봅니다.

 

 

 

 

 

 

 

우양은 전국 각지의 농어촌교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농어촌교회가 지역에 필요한 문화, 교육, 복지 전반에 걸친 사업들을 계획하고 진행할 때 우양은 다양한 방법으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매 년 여름에 떠나는 도시청년 농어촌 방문 프로그램입니다. 올해 농활 첫 방문지는 경상남도 합천입니다. 무더위로 손꼽히는 합천에서 청년들은 신나게 땀을 흘리고 돌아왔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청년들은 한나절을 꼬박 내려가 합천 초계중앙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시골교회에서 보기 어려운 예쁜 카페가 보입니다. 정식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목사님과 제과제빵 자격증이 있는 사모님이 직접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온 수익은 모두 지역 청년들의 대학등록금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작년에도 40명의 지역 청년들에게 장학금이 돌아갔습니다. 카페 바로 뒤 쪽에는 지역 아이들의 공부방이 있습니다. 공부방 마당에서는 자주 공연이 열린다고 합니다. 알수록 흥미로운 일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청년들이 23일간 농활을 진행합니다.

 

 

 

우양청년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장작패기, 고물 분류, 야외 수도설치 및 샤워장 만들기, 어린이 도서관 책장 정리, 마당과 텃밭의 김매기입니다. 청년을 보기 힘든 농촌 마을이기에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습니다. 먼저 남자청년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땔감을 만드는 일입니다. 톱이나 도끼를 처음 잡아본 청년들이 대부분입니다. 처음 하는 도끼질이 마음먹은 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뜨거운 여름태양 아래 우양청년들은 화로 속의 장작처럼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땀을 한 바가지나 흘리고 수차례 헛손질을 한 후에야 드디어 쓸 만한 땔감을 만들어 냅니다. 좀 더 익숙해진 뒤에는 꽤나 그럴 듯한 자세로 장작을 팹니다. 보기만 해도 든든한 장작더미가 마당 한쪽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그 장작으로 카페에서 쉼을 가지는 마을 주민들과 공부방 아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맞을 것입니다.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기는 텃밭에서 김매는 청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준비해온 몸뻬바지와 농부 모자를 장착하고 한 손엔 호미를 들었습니다. 여자청년들 몇몇이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잡초를 뽑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는 저리고 해는 더 뜨거워지는 듯합니다. 서로 말이 없어지고 가끔 허리를 펼 때 만 눈짓으로 안부를 전합니다. 한참이 지난 후 해가 지기 시작하자 조금씩 깨끗한 밭이 드러납니다. 각자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일하던 청년들이 오랜만에 서로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거 봐~ 우리가 이만큼이나 했어.”

아 다행이다. 도저히 줄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같이 하니까. 깨끗한 밭을 볼 수 있구나. 돌아가기 전까지 이 밭을 다 깨끗하게 만들어버리자. 우선 오늘은 그만~~^^”

이렇게 정직하게 몸을 쓰며 일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청년들은 열심히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후 내내 땀을 흘리며 일을 했지만 저녁을 먹고 나니 다시 힘이 납니다. 후식으로 목사님이 만들어주신 팥빙수를 먹으며 이 지역이야기와 지역을 섬기는 목사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잠시 농활을 한 후 떠날 곳이라고 생각했던 합천이 새롭게 다가온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밤 청년들의 수다는 밤이 깊을 때까지 이어졌지만 기상시간은 어김이 없습니다. 뜨거운 해가 들기 전에 오전 분량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날도 전날 했던 일의 연속입니다. 농촌에 살면 1년 내내 해야 하는 일들이니까요. 이젠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어제부터 고물을 정리하던 청년들은 분류한 고물을 오늘 팔러 갑니다. 잘 분류한 빈병을 손수레에 실어 마을시장으로 갑니다. 청년이 귀한 시골마을에 젊은 청년들이 손수레를 끌고 다니니 시장 상인들이 모두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아이쿠~ 이렇게 예쁜 아가씨들이 어디서 왔나?”

~ 저희는 서울에서 여기 도토리 공부방에 봉사 활동하러 왔습니다.”

그렇구나. 그래요. 더운데 고생이 많아요. 수고들 해요.”

짧은 인사말이지만 덕분에 힘이 납니다. 빈병이나 패지는 워낙 가격이 낮기 때문에 하루 종일 모아도 몇 만원이 다입니다. 하지만 이 돈이 모여 지역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소중하게 받아 왔습니다.

 

 

일과가 끝나고 저녁시간이 되면 청년들은 더 신이 납니다. 하루 종일 있는 힘을 다 써버린 것 같지만 맛있게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시간엔 어디서 나는지 모를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 같습니다. 둘째 날 저녁에는 농활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친구들과 짝을 지어 풍등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2014년 내가 바라는 것과 서로에 대한 메시지를 적어 각자의 풍등을 만들었습니다. 교회 앞 공터에서 풍등을 날리며 청년들은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어느새 돌아가는 날입니다. 서울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도서관과 공부방을 정비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여름 내 지역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고 일부는 이 지역에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게스트하우스로 개방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여자 청년들은 도서관 책장을 정리합니다. 시골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치고는 책이 꽤 많았습니다. 남자청년들은 야외에 샤워장을 만듭니다. 샤워장을 만드는 것이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여럿이 머리를 모으니 그럴듯한 샤워장이 되었습니다.

 

 

 

숨 가쁘게 지나간 23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고 의아해 하고 왔는데 돌아가는 순간 다시 이곳을 둘러보니 뿌듯합니다. 한쪽에 수북이 쌓인 장작과 잡초 없이 깨끗해진 텃밭과 마당 그리고 구석구석 새로 정비된 모습들이 보입니다. 이로써 우양청년들에겐 농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기분 좋고 정겨운 추억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도 새롭게 정돈된 이곳에서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