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해당되는 글 2건

  1. [미소를전하는사람 vol.50]내가 만드는 장학금, 나눔의 맥을 이어가는 장학금을 만들고 싶어요.
  2. [닮고싶은청년들 vol.6] “봉사의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김민호씨는 내내 들떠 있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초초한 듯 시간을 확인한다. 소개팅이라도 하러가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정말 그것보다 더 떨려요. 어제 밤에 잠도 잘 못 잤다니까요

 

그러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오늘 그가 만날 청춘들이 여섯이나 된다. 2016년 처음으로 만들어진 꿈꾸는 장학생선발면접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출현한 그는 서류심사와 면접에 직접 참여했다. 오래도록 함께 걸을 동료를 찾는다 생각하니 면접을 보는 이나 심사하는 이 모두 설레긴 마찬가지다.

 

같은 마음으로 함께 법조인의 길을 갈 수 있는 동료를 찾고 있어요. 면접보는 친구들 모두 뛰어난 이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제가 바라는 건 뛰어남만은 아니에요. 이 사회에 나눔의 선순환을 이어갈 수 있는 친구를 찾아요.”

 

 

 

이 장학금은 공짜가 아니다

 

김민호씨는 2007년 처음 푸드스마일즈 우양를 만났다. 당시엔 그도 푸드스마일즈 장학생 중 한명이었다. 공부는 어렵고 생활도 힘들던 시절, 그는 푸드스마일즈 장학생이 되어 마음의 큰 짐을 하나 내려놓고 공부에 매진 할 수 있었다. 그는 학부를 마치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어 2016꿈꾸는 장학금을 출현했다. 장학생을 손수 선발하면서 그 시절 자신이 많이 떠오른다.

 

처음 면접을 보려고 와보니 같이 면접 보는 친구들이 다들 너무 뛰어나더라고요. 속으로 내가 떨어지겠구나 생각했어요.”

 

그해는 사회환원청년 장학생을 선발하던 첫해였다. 사회환원청년 장학생은 자신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며 살아갈지 이야기하고 그 것을 중심으로 선발되는 장학생이었다. 물론 민호씨는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제가 선발되었던 사회환원 장학생의 취지도 그랬고 푸드스마일즈 우양의 모든 장학생들에게 이사장님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이 장학금은 공짜가 아니다. 훗날 사회인이 되면 당신 주위에 분명 어렵게 공부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 이 장학금을 갚아라지금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때는 생경하게 들렸던 것 같아요.”

 

뒤통수를 맡은 것 같았다. 장학금은 자신의 유능함을 인정받아 그 대가로 받는 것이라고 확신해왔다. 이사장의 짧은 이야기는 그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많은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의 훈화처럼 지나갔을 이야기가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 남았다. 그 후로 그 꿈을 잊은 적이 없었다.

 

 

푸드스마일즈 사회환원장학생 1기 김민호, 꿈꾸는 장학생 1기를 찾다.

 

“29살에 30대의 인생목표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중 하나가 내가 출현하는 장학금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언제가 좋은 시기인지 고민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바로 시작하자고 결정했어요.”

 

나눔은 결심이다. 돈의 많고 적음은 나눔의 시작에 정비례 하지 않는다. 김민호씨는 그걸 알고 있었다.

 

부자들이 더 많이 쉽게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나누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더 많이 버는 일 그리고 자신을 위해 쓰는 일에 더 관심이 있지요. 나눔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더 많은 나눔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갈 테니까요.”

 

꿈꾸는 장학금은 그런 면에서 특별한 심사기준이 있다. 장학생이 나눔에 대한 소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장학금이니 당연히 미래의 법조인을 꿈꾸고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찾았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 장학생이 되었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받은 도움을 나도 꼭 나누는 사람이 되겠다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장학금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민호씨가 생각했던 이번 장학금의 이름 중에는 다단계 장학금이 있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웃음이 나오는 이름이지만 이번 장학금을 통해 나눔의 맥이 이어져 가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알 수 있다.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 장학금을 받은 제가 다시 누군가를 후원하는 장학금을 만들었고 제가 전하는 이 장학금을 받은 친구가 또 다른 이들을 위한 나눔의 일을 이어가고 이런 일이 수차례 반복되어 사회의 기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일을 한 마음으로 이어가 줄 친구를 찾는 것이 오늘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네요.”

 

곧 선발될 1꿈꾸는 장학생에게

 

최종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그에게 선발될 학생에게 미리 한마디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안녕, 만나서 정말 반가워. 이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건 네가 가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야. 그러니 힘들어도 열심히 해서 꼭 좋은 법조인이 되었으면 좋겠어. 남들처럼 청춘을 즐기며 살지 못하고 늘 공부에 묻혀 있느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을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훗날 네가 법조인이 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돕는 일에 대한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좋은 동료가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단다. 앞으로 네가 가는 길을 기대하고 지켜볼게. 축하한다.”

 

봉사활동에 푹 빠진 남자 안세훈 씨(즐거운 텃밭 자원봉사)

 

일주일에 한번 안세훈 씨(33세)는 농사꾼이 된다. 도시에서 자랐기에 밭일은 서투를 수밖에 없다. 매주 함께 밭을 일구는 어르신에게 지혜를 배우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그는 사실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있는 고시생(수험생)이다. 밭을 매는 법조인은 얼핏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공부만 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우양의 자원봉사자가 되었을까?

“봉사활동에 큰 뜻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다른 로스쿨 준비생들이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서 저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전에는 전혀 봉사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다른 곳이 아닌 ‘즐거운 텃밭’에서 봉사하게 된 건 인연이 아닌가 생각해요.”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자원봉사 이력을 위해 주위를 둘러보던 그와 우양재단의 만남은 조금 특별하다. 올 초 안세훈 씨는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맞벌이를 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그를 길러 준 할머니가 올해 소천 하셨기 때문이다. 그래도 준비하던 공부는 계속해야했다. 허전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독거노인을 위한 텃밭작물을 재배하는 자원봉사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게 할머니는 부모님보다 더 의미 있는 분이셨어요.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로 지내다가 텃밭작물을 재배하고, 그 작물을 독거노인에게 나눠준다는 일이 저한테는 다른 자원 활동보다 가치 있는 일로 다가왔어요, 그렇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돌보면서 노인문제, 특히 독거노인 문제를 알게 되었다는 안세훈 씨. 그는 본인의 할머니를 방문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뿐이지만, 그것을 바라본 주변의 다른 어르신들이 외로움에 괜히 화를 내시고, 욕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우양재단이 돌보는 어르신들을 보면서는 노인 문제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자신의 또 다른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을까.

 

봉사의 기쁨이 뭔지 알기 때문에

안 씨는 지금 로스쿨과 변리사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법조인이 되고, 나아가 법학과 특허 등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이 시대 똑똑한 청년의 야무진 꿈이지만, 가슴에는 ‘사회환원’이라는 가치를 새긴 닮고 싶은 청년이기도 하다. 그는 돈을 많이 벌더라도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줄 생각이 없단다. 최소한의 생계와 자식교육비를 제외하면 독거노인을 돕는 일에 재산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전에는 저 살기에 급급했는데,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가진 것이 없는 분들이 오히려 더 자신의 것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더 시간을 내서 참여하고 싶습니다. 우양재단에서 어르신들께 쌀 배달을 하고 정서적인 만남도 가진다고 하는데, 내년에는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에 장애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시작했다.
“이제 처음 봉사를 해봤기 때문에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요. 봉사의 기쁨을 알았어요. 이제는 다른 활동들도 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너무 큰일은 제가 감당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주위의 사람들과 미래의 자녀들에게는 살아있는 지식을 전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든 일은 정공법으로

“지금 로스쿨과 변리사시험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이라는 진로는 이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길도 찾게 되고, 결과적으로 여자 친구도 생겼습니다.(웃음)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상황에 마주하고 견디려고 노력을 한 게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정석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밝은 모습 뒤에 힘든 가족사가 있었지만, 그래도 꾹 참고 견디고 나니 좋은 날이 오기 시작했다. 관계가 좋지 않던 친척과 관계가 회복이 되고, 새로운 진로에 대한 시각이 열렸고, 누군가를 돕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인생을 함께 설계할 파트너도 만났다. 

“전에 직장생활을 해봤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가정을 지키면서 도란도란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건 꿈도 못 꾸지요. 이제는 가족들과 주변을 돌아보며 살고 싶어요. 만약에 교수가 된다면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도 얻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봉사하며 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거잖아요. 지금은 그게 저에게 더 큰 메리트에요.”

 

온통 책과 글로만 둘러쌓여 지낼 것만 같은, 공부 외에는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한 고시생의 속내는 이렇습니다. 이런 청년들이 많다면 그래도 이 세상이 살만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