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날이 다가온다. 막연하게 상상만 하던 수확일이 된 것이다. 할머니 댁에 왔다 갔다하며 노심초사 키워낸 배추, 상추, 쪽파, 대파, 갓을 모두 수확할 것이다. 수확한 작물들로 김장은 어렵겠지만 우리의 파티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주 사전 회의로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메뉴들을 선정했다. 김장을 하려고 넉넉히 심었던 배추는 수육에 어울리는 겉절이 김치와 배추국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쑥쑥 자라주어 우리의 기쁨이 되었던 쪽파로는 파전을 만들 것이다. 맛있는 파전은 파티 분위기를 책임질 것이다.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려서 어떤 메뉴가 좋겠냐고 여쭈니 도토리묵을 사오라신다. 상추와 파를 썰어 넣고 버무리면 맛있을 것이다. ~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내일 파티 장소는 푸드스마일즈 1층이다. 각자 맡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씐나는 파티를 준비하도록^^






아침부터 학생들이 장을 한 아름 봐왔다. 그동안 기른 것들을 따서 같이 점심을 해먹 잔다. 기른 채소들이 얼마 되지 않아 다 같이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따 놓고 보니 한 바구니 가득이다. 우선 배추를 큼직하게 썰어 겉절이 김치를 만들었다. 다른 집에서는 수육을 삶고 있다니 같이 먹으면 삼삼할 것이다. 상추랑 쪽파는 썰어 도토리묵과 같이 버무렸다.


만든 음식을 가지고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다른집에서도 음식을 만들어와서 큰 상에 이것 저것 차려 놓았다. 그간 텃밭 농사 짓느냐고 고생한 학생들이 선물까지 준비하고 참 고생이 많다. 오랜만에 북적거리며 밥을 먹으니 정신이 없으면서도 맛있었다.


그 동안 우리 집에 오던 학생들이랑 사진을 한 장 찍어줬는데 나는 늙어서 뵈기 싫어도 학생들은 영 좋아보인다





어르신 댁에 설치해 놓은 주머니 텃밭에 각가지 작물을 3달에 거쳐 가꾸었습니다. 직접 기른 작물로 김장을 담그는 것이 애초 목표였으나 작물 수확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수고를 자축 하는 의미에서 우리들만의 잔치를 열기로 했습니다. 푸드스마일즈 우양 1층 공간에 모여 고기를 삶고 각자 한 두가지씩 요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배추국, 겉절이김치, 도토리묵 무침, 파전, 그리고 아침에 막 딴 싱싱한 배추잎과 상추잎을 상에 올려놓고 한끼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직접 기른 재료로 직접 요리를 하여 식사를 하는 일은 할머니들에게나 학생들에게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이날의 식사보다 더 특별한 일은 그간의 만남과 추억이겠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날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신 할머니들에게도 직접 만든 요리와 마음이 담긴 편지와 선물을 전해드렸습니다. 함께 작물을 가꾸며 만난 시간동안 서로는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었습니다.